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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마리아나

  • 21.05.17
  • Hit : 678


마리아나 @satangelista , Tattooist

[Interview In English]

작년 3월의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의 일상과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서울에 왔던 2019년 5월부터 팬데믹이 시작될 때까지 나는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여름부터 타투이스트 일을 시작했고, 지금 살고 있는 집 겸 스튜디오로 이사 왔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큰 변화를 줬다. 혼자 산다는 것, 나를 위해 요리를 한다거나, 매일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대체로 난 집에서 지내는 걸 즐기고 혼자 있는 것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문제는 밖에 나가고 싶어질 때 생긴다. 내 경우는 클럽에서, 매일 바깥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대부분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내 타투 고객 중 하나는 막 스무 살이 되어서 나이트라이프의 즐거움과 자유를 경험하는 데 매우 들떠 있었지만 이제 그럴 수 없게 됐다. 모든 게 이전 같을 수는 없을 거고, 젊은 세대의 경험 역시 마찬가지겠지.



우리 역시 클럽이나 파티에 다닐 수 없게 된 것에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클럽에 가는 일이 그저 취하고, 춤을 추는데 그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나는 그 이상의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작업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디제이들이 있고, 창작자의 영역에서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즐거움이 있다. 이제 사람들은 끊임없이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영업제한, 제한된 파티의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 모든 건 긴장을 풀고 그 순간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고, 오히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그동안 내게 많은 즐거움과 기회를 줬던 사람들, 장소들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는 건 착잡한 일이다. 우선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여야겠지. 그저 수용하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 다음 단계가 있다면 적응하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실제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전하게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서 더 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실제로 하는 일 역시 소중하니까. 다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곤경의 시대에 우리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



팬데믹 이전에 우린 주로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당신을 마주칠 수 있었다. 요즘엔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사실 팬데믹 이전에는 매 주말마다 강박적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중요한 무언가를 반드시 놓칠 것 같았다. 아마 그런 활동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줬기 때문이겠지. 그건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내 친구가 언젠가, 클럽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종류의 우정은 그 밖에서는 전혀 이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누가 실제로 우리 곁에 있어주는지, 그리고 이렇게 만나는 게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친구들을 내 공간으로 부르는 걸 좋아하고, 그들을 위해 요리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있어준다.
나만을 위한 더 많은 시간 덕에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나는 요가를 즐기고, 매일 운동한다. 그리고 새로운 취미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무엇이든 나가서 찾아보는 데에 열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재촉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해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타투이스트로 자리잡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지, 또는 다른 하고싶은 일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아직 어리고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스스로를 타투이스트로 소개하는 것이 좋다. 모델 일도 가끔씩 하고 있는데 조금 부끄럽다... 어쩌면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이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
나이트라이프 신Scene은 내가 디제잉을 배우게 된 것과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영향을 줬다. 파티에서 뭔가를 제공하는 쪽에 더 큰 즐거움을 찾고 있는데, 곧 그럴 수 있길 바란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엄청 도와주고 있고 정말 고마운 일이다. 어쩌면 일 년 뒤 나는 낚시나 뜨개질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즐거우니까.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곧 모국으로 돌아가 잠시 지내야 할 것 같고,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을 돌아보고 싶다. 환경을 바꾸는 일은 아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고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 분명한 건 치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몇몇 친구들이 러시아 언더그라운드 뮤직 신Scene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들을 러시아와 연결해주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내 인생에 대한 큰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다. 예전에는 엄청 자세한 계획들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삶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지 생각한다. 나는 작은 것들을 즐기는 데에 집중하고, 작은 목표들을 이루는 데에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나는 원래 이곳에서 두 학기만 공부하고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살다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이 곳의 내 또래 사람들은 스스로를 한 가지 일에 제한하지 않고 더 나은 스스로를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데 정말 큰 자극이 된다. 

한 가지 내 작은 목표는 마침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서 서울 바깥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요즘 날씨가 그러기에 정말 좋다.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싶고, 하이킹을 떠나 덜 산업화된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과 존재가 나를 얼마나 돕고 있는지 알고 있고, 나도 그들에게 더 강한 에너지를 주고 싶다. 내년에 여기서 살게 된 기념일에 잡지를 만들어 이곳에서 사람들과 나눈 기억을 기록하고 싶다. 만드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고, 즐거운 시간을 다시 돌아보는 일은 정말 재미있을 거다. 나는 취향에 맞는 서로 다른 것들을 큐레이션 해 섞는 데에도 즐거움을 느낀다. 어쩌면 미래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주만물’과 같은 장소를 열 수도 있겠지. 그런 것이 나의 첫 번째 ‘큰 계획’이다. 

아무튼, 더 좋은 상황을 기대하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우리에겐 언제나 내일이 있고, 다음주, 다음달, 내년이 있다. 시간은 우리 것이고, 앞으로 더 나아지는 일만 남았다.





인터뷰, 사진: 금시원
번역: 윤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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