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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효진

  • 21.05.27
  • Hit : 913


이효진 @hyoxxi 

[Interview In English]

작년 3월의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의 일상과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지난 5-6년간 계속해 온 쇼핑몰 운영 업무를 마무리하게 됐다. 하필 슬럼프도 겹쳤고 사건사고가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어찌 보면 잃은 것도 많지만 이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30대의 첫 시작일 거라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되돌아봤다. 서른이 되면서 문득 스스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부터 챙겨야 한다는 걸 늦게나마 자각하게 된 거다. 여전히 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고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내가 행복해야만 하겠다고 느꼈다. 

그렇게 하던 일을 정리한 뒤로는 쉬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을 통해 내가 어떤 걸 좋아해왔는지 깨닫기도 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기도 하면서 함께 즐거운 작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가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소소하게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못 보고 지냈던 친구들과 한강에서 연을 날리는데 정말 행복하더라.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고 느꼈다. 특별한 장소,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와 함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요즘엔 생각의 범위가 넓어졌다. 쇼핑몰을 운영할 때보다 자유로운 상황이라 관심 있는 분야들을 더 파고들 수 있게 됐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지 않나. 이런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다운 것을 해보고자 한다. 좋은 작업을 하는 여러 분야의 친구들을 모아서 마치 레이블 같은 하나의 팀을 만드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상, 스타일링, 사진, 음악, 기획을 수행할 수 있는 팀을 이뤄서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작업을 맡길 수 있게 확장해 나가고 싶은 큰 꿈이 있다.

내 친구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정말 멋지다. 그 사람들의 작업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연결고리들을 계속 찾다 보니 덕분에 악기를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도 알게 된다. 그런데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시장가치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그러다 문득 우리 각자의 능력을 더해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우리의 능력을 이용해 재밌는 작업들을 시도해보고, 사업 경험이 있는 내가 그것을 돈이 될 법한 것들로 전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최근 당신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중 본인을 그대로 캐릭터화한 그림들을 봤는데, 그것도 일종의 프로젝트인가?


완전 나 같지 않나. 나는 스스로를 브랜딩 하는 것에 늘 관심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자신이 가상의 캐릭터가 되는 상상을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실현해보고자 현재 같이 작업하고 있는 kembetwa와 첫 Hyoxxi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 캐릭터엔 당시 내 옷과 헤어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거기다 "뿔 넣는 거 어때? 나 그런 거 좋아해" 이야기하면서 세계관과 스토리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패션 쪽에도 오타쿠 정말 많지 않나. 나 역시 서브컬쳐의 다양한 장르들을 엄청 좋아하는데, 굿즈 같은 것들 보다 보면 '진짜 이거 어떻게 입지' 싶은게 많더라. 이걸 Hyoxxi 캐릭터를 이용해 패셔너블하게 발전시키고 싶다. 카카오와 라인 이모티콘/스티커를 제작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중 컨텐츠 또는 시장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노력인 셈이다. 대단하진 않을지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 나갈 생각이다.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전시되는 내 일부는, 가상의 '나'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 아닌 다른 플랫폼이 생긴다면 난 또 다른 '나'를 계속 만들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내가 하고 있는 일, 나를 둘러싼 것들에서 끊임없이 교집합을 찾아, 최종적으로는 아트 디렉터의 역할을 해내고 싶다.



종종 '이게 맞는 건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라며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낀다. 나 또한 그렇다. 팬데믹 시대가 이런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할 거다. 그래도 이 상황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감수성을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엔 그저 옷이 너무 좋아서, 스타일링 하는 게 재밌어서, 그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는데 너무 때가 탔는지 어느 순간 그 마음이 되게 작아진 것 같더라. 그러다가도 어떤 친구들을 만나면 그 마음이 다시 커지는 걸 느낀다.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을 다 기억한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건강하게, 좋은 기운을 갖고 지내고 싶다. 그게 또 다른 목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모습 보여줄 수 있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인터뷰, 사진: 금시원
번역: 변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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